8월 1일 소급 적용···27.5%→15.0%
李 "통화스와프 없으면 한국 외환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에 이어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도 15%로 낮췄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15% 세율을 적용받는 가운데 당분간 현대차(005380) 등 한국산만 25% 관세를 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 시간)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7.5%에서 15%로 내리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세율은 지난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 이행과 관련한 문서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일부 의약품 성분과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한 관세 면제 조항도 명시됐다.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는 EU가 먼저 미국산 공산품 관세 철폐, 일부 미국산 농산물·해산물의 특혜적 시장 접근권 제공을 위한 입법안을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이에 EU는 지난달 28일 해당 입법안 초안을 발표해 사전 작업을 완료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까지만 해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아 2.5% 기본 관세를 부과받는 일본, EU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FTA를 무력화시키고 4월부터 관세 전쟁에 돌입하면서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미국 시장에서 한순간에 불리한 처지가 됐다.
앞서 한국은 지난 7월 30일 상호 관세와 함께 자동차 품목 관세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으나, 세부 사안을 조율하는 후속 협상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달러 현금 투자, 자금 회수 뒤 미국 90% 수익 등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건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통화 맞교환)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약 488조 원)를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