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0% 삼전·SK하이닉스
수출 신기록도 반도체가 견인
대만 공세·중국 압박 등 위협
흔들리면 주가·실물 동시타격
미중 무역갈등으로 13일 출렁였던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0.72% 하락하는 선에서 선방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직격탄을 맞았던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의 주가가 이날 오후 회복세를 보이며 폭락장을 막았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 SK하이닉스는 10% 선이다. 두 회사가 전체 코스피 시총의 30%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주식시장도 무너진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 수출액은 659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월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반도체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전체 수출의 25.1%를 책임졌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휘청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미국 관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이며, 정보기술(IT)·가전제품과 석유화학 등 다른 수출품목은 중국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미중 반도체 신경전, 인공지능(AI) 거품론, 대만과 중국의 공세는 언제든 ‘반도체 착시’를 걷어낼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TSMC는 오는 16일 실적 발표 설명회에서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의 공정 수율을 올 연말 70%까지 끌어올려 내년 매출 3조 대만달러(약 140조원)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2㎚ 공정 수율은 TSMC에 못 미치는 50%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텔까지 본격적인 2㎚ 공정 양산을 선언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63%였던 TSMC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분기 71%까지 상승했다. 반면 같은기간 삼성전자는 11%에서 8%로 후퇴했다.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구조를 비롯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국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장중 동반 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반도체용 희토류 수출 통제 계획을 내놓았는데, 업계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가 본격화 될 경우 2~3개월 뒤에 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우려도 이와 같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우리 수출 구조는 특정국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황에서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핵심 광물 독점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현재 우리 산업과 기업은 대내외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부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집중돼 있어, 이 부문이 흔들리면 주가와 실물경제가 동시에 타격받을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