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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소재 금 거래 점포 앞 모습.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온스당 4100달러를 넘어섰다. 10월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오후 7시 40분 현재 2.8% 오른 온스당 4128.95달러를 나타냈다. 한때 4131.29달러까지 치솟으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금값 상승률은 57%로 커졌다.

 

금값 4000달러대 안착

국제 금값은 이제 4000달러대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값은 최근 두 달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 들어 트로이온스당 3600달러 선을 넘어선 뒤 내년엔 40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금값은 훨씬 빠르게 치솟았다.

 

최근 금값 랠리를 이끈 건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었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미국 경제에 충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에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인 것도 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서비스 플랫폼 마렉스의 에드워드 마이어 분석가는 “정부가 셧다운에 들어가면 보통 미국 투자 심리가 매우 부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달러가 압박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값 랠리의 핵심 동력은 2022년 이후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사상 최대 금 매입이다. 이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고 있다.최근에는 기관·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올해 3분기에만 금 ETF로 260억 달러가 몰렸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보고서에서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 돌파가 점점 ‘피할 수 없는 수순’처럼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세계 중앙은행의 전체 준비 자산 가운데 금 보유량 비중은 10년 전 10%에서 최근 24%로 급등했다.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환보유고가 동결되는 것을 목격한 뒤 금 매입 속도를 약 5배로 늘렸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을 제외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만9998톤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총보유액인 3조920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점도 금값 상승에 기여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민간 고용은 전달보다 3만2000명 감소해 시장 전망치(5만 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전망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99%로 반영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금값 강세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금값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9월 보고서에서 금 가격이 2026년 중반까지 6%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을 지탱하는 주요 매수자 그룹뿐 아니라 신규 매수자들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에 따르면 금 매수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확신형 매수자’는 가격과 무관하게 경제 전망이나 위험 회피 목적에 따라 금을 꾸준히 매입하는 집단으로 중앙은행·ETF·투기세력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흐름이 전체 가격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동인이다. 실제로 이들의 순매입 100톤이 발생할 때마다 금 가격은 약 1.7%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기회형 매수자’는 신흥국 가계처럼 가격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만 진입한다. 이들은 금값이 하락할 때는 하방 지지선, 상승할 때는 저항선 역할을 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조정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애널리스트 리나 토마스는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구조적 수요와 Fed의 통화정책 완화가 금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특히 ETF를 통한 매입 증가가 가격 상승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경고도 나와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금 투자가 급증함에 따라 중국 은행권이 ‘투자 경고’에 나섰다.

 

10월 13일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공상은행·농업은행·건설은행·닝보은행 등 중국 주요 은행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금값 변동성 확대에 주의하고 투자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라고 당부했다.건설은행은 10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귀금속 가격 변동성 확대로 시장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위험 인식을 제고하고 보유액 및 신용잔고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합리적으로 투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상은행도 같은 날 고객들에게 귀금속 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각자 재정 상황과 위험 감수 성향 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공상은행은 경고 수준에 그치지 않고 투자 허들도 높였다. 금 적립식 투자 시 최소 투자금 기준을 850위안에서 1000위안으로 올렸했다. 현재 금값이 거품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금은 기업처럼 이익을 내는 것도 아니고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하지도 않는다. 가격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 급등기 이후 1980년대 초반 급락, 2011년 고점 이후의 조정처럼 금은 여러 차례 급등락을 반복해왔다.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전체 펀드매니저의 4분의 1이 ‘롱 골드(long gold)’를 가장 붐비는 거래로 꼽았다. 이는 8월의 12%에서 두 배로 늘어난 수치이며 ‘매그니피센트7’ 기술주 투자 다음으로 많았다. 취리히보험의 수석전략가 가이 밀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투자자들이 의도치 않게 또 다른 거품을 만들고 있는데 바로 금 거품이다”고 말했다.

 

BoA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금값은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20% 이상, 200주 평균선보다 70% 이상 높다. 이런 현상은 과거 단 세 번 있었고 이후에는 20~33%의 조정이 뒤따랐다.은 가격도 덩달아 뛰어

 

은 가격도 트라이온스당 52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은 파동 사태 당시인 1980년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가격이다. 미국 텍사스주 석유 재벌 헌트 일가가 은 가격이 온스당 10달러를 밑도는 바닥권에 있던 1979년 여름 여러 증권사들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은을 대량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은값이 이듬해 1월까지 온스당 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두 달 뒤인 3월에 은 가격이 온스당 10.80달러까지 폭락했다.

 

런던에서 발생한 역사적인 공매도 압박이 안전자산 수요 급증으로 촉발된 은 가격 상승세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은 시장은 유동성이 적고 금 시장보다 약 9배 작은 탓에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중앙은행의 가격 지지 수요가 없다면 투자금 흐름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만으로도 최근 급등세를 주도한 런던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면서 불균형적인 조정을 유발할 있다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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