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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에서 ‘비용 절감’은 생존의 비결로 여겨졌다. 조립 라인 혁신으로 인건비를 대폭 절감했던 헨리 포드부터 뼈를 깎는 체질 개선으로 GM을 파산 위기에서 구해낸 메리 바라 등 자동차 업계를 이끈 리더들은 대부분 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혁신을 통해 거대 기업을 성공의 반열에 올렸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자동차 업계의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AI, 자동화, 디지털 협업 플랫폼 등 첨단기술이 결합하면서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운영모델과 비용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수준의 변화가 점쳐진다.

 

최근 베인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의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이 “향후 2년 내 상당한 비용 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이러한 추세라면 10년 안에는 AI가 차량 콘셉트를 직접 생성하고 생산계획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기업은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24시간 공장’을 구축 중이며,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산업의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공장 없는 자동차 회사’…산업 가치사슬이 재편된다

 

AI는 자동차산업의 모습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다수의 자동차 업계 경영진은 2035년까지 자동차산업이 공장 없는 ‘팹리스(fabless)’ 모델로 전환될 가능성을 전망한다.애플이 제품 설계와 마케팅에 집중하고 실제 생산은 폭스콘이 담당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이 모델의 핵심은 완성차 업체가 브랜드와 고객경험, 제품 설계에 집중하는 대신에 자본 집약적인 제조 공정은 외부 전문 파트너에게 위탁하는 것이다.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생산라인의 품질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공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생산 효율성을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비용 구조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설비투자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량을 신속히 조정할 수 있다. 특히 고정비 중심이던 자동차산업이 변동비 구조로 바뀌면서 자본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도 완화된다.

 

판매와 마케팅 부문에서는 AI의 적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완성차 기업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고객 응대 시스템, 영업 지원 도구, 콘텐츠 자동 생성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응답자의 80%는 “이러한 도구가 예상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답했다.AI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메시지를 생성하고 영업사원이 실시간으로 고객 문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AI 기반 영업 지원 시스템을 도입한 뒤 리드 전환율이 20~30% 향상된 사례도 보고됐다. 기술의 초점이 생산 효율성에서 고객경험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3년간 AI 기술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 전망
향후 3년간 AI 기술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 전망

AI가 설계·생산·운영의 전 단계를 재구성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지점이 극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지금까지 주로 ‘설비 투자’와 ‘규모의 경제’에서 나왔다. 그러나 향후의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해석하고 의사결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최근의 흐름은 AI와 디지털 협업이 차량의 설계와 개발, 생산관리, 품질검증의 전 단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개발 단계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과거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사와 여러 설계팀이 분리된 환경에서 순차적으로 작업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협업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설계, 테스트, 수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협업 방식 덕분에 차량 개발 주기가 평균 4~5년에서 2년 수준으로 단축됐고 신차 출시 속도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잡고 있다.AI는 또한 차량 콘셉트 생성과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향후 10년 내 AI가 차량 콘셉트를 직접 설계하고 최적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일부 제조사에서는 AI가 수천 가지 설계 변수를 분석해 공기저항, 내구성, 소재 효율성을 종합 고려한 최적안을 도출하고 있으며 인간 디자이너는 이를 검증·보완하는 역할로 전환되고 있다.

 

공장 안에서도 AI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AI는 생산 라인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공정 병목을 자동 해소하고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작업 일정을 즉시 재조정한다. 한 부품의 공급이 지연되면 전체 공정이 중단되던 과거와 달리 AI는 즉시 대체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생산 흐름을 유지한다. 이런 기술 덕분에 일부 기업은 ‘제로 다운타임’ 공정을 실현하고 있다.

 

나아가 공정 자동화의 다음 단계는 지능형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이다. 지금까지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중심으로 수행했지만 앞으로는 조립·품질검사·물류까지 수행하는 ‘사람과 협력하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경영진의 3분의 2 이상은 “향후 10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24시간 가동체제 구축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변화로 이어진다.

 

기술보다 어려운 것은 ‘데이터와 문화의 혁신’

 

자동차 기업들이 이러한 기술적 기회를 완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과 조직 문화라는 두 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많은 기업이 이미 클라우드 인프라와 엣지 컴퓨팅을 도입했지만 부서별 데이터가 분산돼 있고 정의가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AI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통합과 거버넌스가 혁신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도 ‘디지털 자신감’의 수준이 다르다. 미국의 경영진은 디지털 기술이 단기간 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경영진의 사고방식과 실행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보다 사람의 마인드 셋이 디지털전환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분야 선도 기업들은 무엇이 다를까. 그들은 세 가지 공통된 원칙을 따른다. 첫째, 유행 기술 도입보다 ‘실제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공정 병목 해소, 부품 조달 최적화, 프런트라인 의사결정 지원 등 당장의 생산성과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영역을 먼저 공략한다.

 

둘째, 소규모 파일럿을 넘어서 사업장 규모로 혁신을 실시하는 ‘라이트하우스’ 프로젝트를 구축한다. 특정 공정이나 지역 공장에서 기술 효과를 입증한 뒤 이를 체계적으로 전사 확산하는 방식이다.

 

셋째, 데이터 체계를 구축해 조직 전반이 동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다. 데이터가 깨끗해야 AI가 학습할 수 있고 AI가 학습해야 비용 절감이 실현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일부 기업은 이미 생산 효율성을 30% 이상 끌어올렸으며 품질 문제로 인한 손실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또한 이들은 인사제도와 보상 체계까지 ‘AI 활용도’에 맞춰 개편해 기술을 조직의 문화로 내재화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퀀텀점프’가 시작됐다

 

지금 자동차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의 연장이 아니다. 이는 산업의 경제학이 근본적으로 재작성되는 순간이다. AI가 설계와 생산, 영업과 운영의 모든 단계를 재편하면서 제조업은 더 이상 ‘철과 기계의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승자는 가장 많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가장 빠르게 실험하고 가장 정확히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것이다. AI 도구에 불과하다. 진짜 경쟁력은 도구를 통해 새로운 운영모델과 비용 구조를 만들어내는 실행력에 달려 있다.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AI 제대로 사용하는 기업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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