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데이터 공백…美, 신중론 확산
투표권 쥔 연방은행 총재들
"인플레 잡으려면 신중해야"
금리인하 전망 줄어들자
뉴욕증시·국채가격 하락
미국 중앙은행(Fed)의 12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75~4%)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Fed 인사들의 발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여전하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으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 동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장에선 12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50% 선으로 떨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95%였다.
◇“통화정책 완화 여지 제한적”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에번즈빌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Fed 목표 수준을 웃도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 대비 낮았지만 목표치(2%)보다는 높았다.
이어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Fed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노동시장을 지원하기 위함이었을 뿐 물가를 제어하려면 금리 수준을 제약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10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다음달 9~10일 FOMC 회의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한다.
내년부터 통화정책회의 투표권을 갖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대담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통화정책을 다소 긴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물가 상승이 앞으로 가시화될 수 있다고 봤다. 관세 비용을 흡수해온 기업이 이제는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역시 10월 FOMC 회의에서 Fed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평소 신중한 어조를 사용하기로 유명한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전날 “현재처럼 매우 불확실한 환경에서 인플레이션 및 고용 간 위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추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현했다. ◇12월 인하 확률은 ‘반반’Fed 위원 간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월가에서도 Fed 결정을 쉽사리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확률을 50.7%로 반영하고 있다. 10월 FOMC 회의를 앞뒀던 한 달 전에는 인하 확률이 95.5%였다. 동결 확률은 현재 49.3%까지 치솟았다.
CNBC는 Fed 위원들이 금리 인하 단행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노동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는 동시에 물가가 목표치보다 높은 상황에서 충분한 데이터 없이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10월 CPI는 셧다운 여파로 산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노동시장 약화를 더 크게 우려하는 위원도 적지 않아 FOMC에서 매파 위원 의견이 다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스티븐 마이런 Fed 이사는 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금리 인하 확신이 줄어들자 이날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고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3%포인트 상승한 연 3.59%를 기록했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그룹 외환·금리전략가는 Fed 내 의견 분열에 대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2월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거나 금리를 내리더라도 이후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야 하는 타협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