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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미국 경제 현재 상황에 대해 나오는 다양한 용어들이다. 그만큼 정확한 실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분기별 성장률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 회복 국면 접어든 미국 경제?

올해 들어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0.6% 역성장한데 이어 2분기에는 3.8%까지 뛰어올랐다. 셧다운 장기화에 따라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애틀랜타 연준의 GDP 나우에 따르면 4.04.2%까지 추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방식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분명히 회복 국면이다. 

 

문제는 4분기 성장률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셧다운 종료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미뤄졌던 재정지출이 집중적으로 집행되더라도 2%대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분기 만에 성장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지표보다 주식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체감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확률이 높다.

 

11월 들어 잘나가던 미국 증시가 갑자기 변동성이 심한 전형적인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를 보이고 있는 것도 AI 거품론과 함께 이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는 시장 참여자 간에 포모족(FOMO·추격매수)과 포포족(FOPO·차익실현) 간 격렬한 싸움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나. 총수요 항목별 GDP 기여도(Y=C+I+G+(X-M), Y: 성장률, C: 민간소비, I: 설비투자, G: 정부지출, X-M:순수출)를 보면 미국 경제가 분기별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GDP 기여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지탱해줘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 호황을 구가하는 때는 반드시 민간소비가 받쳐줬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국민의 소비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점에 문제가 있다. 일단 절대 수준 면에서 예측 가능한 시장경제보다 수시로 바뀌는 행정명령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모든 계층이 소득이 있더라도 소비를 줄이는 ‘구인 효과(驅引效果·crowding in effect)’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계층별로도 민간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도 눈에 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빅테크 사업이 주도하면서 계층별 소득 양극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5분위 계수로 현재 계층별 소득을 고려하면 하위 20% 계층이 상위 20% 계층을 한 세대 안에 뛰어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모딜리아니&듀젠베리의 상대소득가설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소비성향은 평균(APC)이나 한계(MPC) 모두 낮다. 반대로 중하위 계층의 APC나 MPC는 모두 높다. 특히 인구 피라미드 구조상 최하위 BOP(Bop of Pyramid) 계층은 소득 이상으로 소비한다. 미국 국민 소득에서 APC와 MPC가 낮은 고소득층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계층별 소득 양극화 심화는 민간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민간소비가 받쳐주지 못하는 여건에서 잔여 항목인 정부지출(G), 순수출(X-M), 그리고 설비투자(I)가 갖고 있는 한계를 살펴보자. 먼저 정부지출은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이 토마 피케티와 현대통화이론대로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쓰자는 기조다. 하지만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가부도 위험과 임시 예산, 그리고 셧다운 장기화로 성장률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순수출 기여도를 보면 관세에 따른 수입 감소로 GDP 기여도가 높게 나온다. 하지만 미국 국민은 중하위 계층일수록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면서 경제 고통이 급증하고 있다. 관세 부과에 따라 순수출 기여도 항목은 높아지지만 더 중요한 민간소비 기여도를 떨어뜨리는 대체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수축 경제의 전형이다. 관세도 안정적으로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 기여도도 그렇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면서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 투자한 외국 기업의 자국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외국 기업의 자국화는 정권교체 등으로 그 자체가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계층별 소득 양극화 심화

결국 미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것은 질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업률, 물가, 무역수지 등 다른 거시경제 변수와 성장률 간의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도 흐트러지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는 경제정책도 제대로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추이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추이

대표적으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따져 보자. 지난 9월 FOMC 회의 이후 중앙은행(Fed)은 금리 결정의 우선순위를 양대 책무지표보다 거시금융 안정, 즉 위험관리에 두고 있다. 취임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은 처음으로 미국 증시가 비이성적 과열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성장률 급락과 거품 붕괴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여건에서 고금리를 조정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트럼프 진영의 주장대로 한 번에 두 차례 이상의 스트롱 컷을 단행하면 경기침체 우려를 확인해 주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할 확률이 높다. 오히려 0.25%포인트씩 소프트 컷을 단행해야 고평가 주가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

 

지난 9 이후 차례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하고 있다. 이때는 Fed 우선순위는 본래 목표로 돌아가야 한다. 양대 책무지표상 5 이후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 6 이후 악화되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볼커 실수(Volker’s failure)’ 저지를 위험이 높다. 실수를 동시에 저지를 여건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Fed 체크 스윙 전통이다. 어느 국가보다 미국 경제에 민감한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 경로를 걸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국인이 민감하게 여기는 ·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환차손 우려를 뛰어넘는 추가적인 친증시 정책이 나온다면 이번에 미국 증시와 차별화할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도 정책당국이 인식해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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