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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패션 브랜드로 한국에서 1년에 매출 1조원 이상 올리는 브랜드가 있다. 한 번도 안 신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입해본 적은 없다는 신발.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뉴발란스(NEW BALANCE)’ 얘기다.

 

5일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올해 뉴발란스의 예상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뉴발란스 실적은 2021년 약 6000억원, 2022년 약 7000억원, 2023년 약 9000억원, 지난해 1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랜드그룹은 2008년 미국 브랜드인 뉴발란스의 한국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뉴발란스의 국내 유통을 맡아왔다. 이랜드그룹이 가진 유통 노하우를 통해 뉴발란스는 16년 만에 40배 성장하며 국내 2위 스포츠 패션 브랜드로 등극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패션 브랜드 중 단일 브랜드로 ‘1조 클럽’에 입성한 이력이 있는 곳은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유니클로’ 정도다. 뉴발란스는 국내 소비자들이 운동화를 비롯한 스포츠 의류 용품을 살 때 나이키와 동일선상에 놓고 고민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뉴발란스는 10·20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출시와 동시에 바로 품절되는 운동화도 있을 정도다.

 

한때 ‘아저씨가 신는 신발’로 취급받던 뉴발란스는 어떻게 남녀노소에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번 ‘남돈남산’에서는 뉴발란스의 성공 비결을 다뤄봤다.

뉴발란스 브랜드 앰버서더 김연아가 뉴발란스 운동화를 착용한 모습.
뉴발란스 브랜드 앰버서더 김연아가 뉴발란스 운동화를 착용한 모습.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직영 체제와 현지화 전략

한국에서 뉴발란스가 성공한 첫 번째 이유는 현지화 전략, 직영 매장 중심의 운영 방식이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한국 전개 초기부터 기업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형태인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강화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스포츠 브랜드는 ‘JD스포츠’와 ‘풋락커’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한다. 이들은 광범위한 유통망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노출하고, 입점 브랜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뉴발란스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달성하고 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와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면서 한국 시장을 철저히 연구하고, 한국 소비자를 위한 맞춤 상품 기획을 통해 뉴발란스가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 미국 본사에 10년 만에 재출시할 것을 요청해 탄생한 복각 클래식 러닝화 ‘530 시리즈’가 대표적으로, 이랜드월드는 한국 내 뉴발란스 각 직영 매장에서 수집한 고객 데이터, 한국인의 발 모양과 보행 유형, 패션 취향 등을 분석한 후 해당 신발을 개발했다.

 

530 시리즈는 평소에도 착용 가능한 운동화로, 출시 후 누적 기준 200만족 이상 팔리며 소비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해당 운동화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에 미국 본사에 제안해 출시한 ‘327’ ‘2002’ ‘610 시리즈’ 등 연달아 인기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 취향과 체형, 국내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색상을 고려한 상품을 기획하고, 직영 체제 중심으로 뉴발란스를 운영하며 연간 매출 1조원을 올리는 ‘1조원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었다”며 “1980년부터 쌓아온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 운영 노하우와 국내 영업력이 총동원돼 꽃피운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뉴발란스 이전에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를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전개하기도 했다. 푸마는 1994년 한국에 선보인 첫 해 약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2007년 연 매출 2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이후 푸마는 한국에서 직진출로 전략을 바꿔 이랜드에 운영되지 않는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뉴발란스 직영 성수점 전경.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뉴발란스 직영 성수점 전경.

 

두 번째 성공 비결은 마케팅…뉴발란스 마케팅 배우러 한국 온다

이랜드월드가 한국에서 뉴발란스를 빠르게 성장시킨 저변에는 마케팅 역량도 주효했다. 마케팅 전략을 배우기 위해 중국, 일본, 동남아, 미국 등 각국의 뉴발란스 책임자들이 한국을 방문할 정도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젊은 층을 공략한 디지털 마케팅과 타 브랜드와의 이색 협업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하루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후 바로 업무에 대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뉴발란스는 오프라인(성수동 팝업스토어), 온라인에서 브랜드 앰버서더인 걸그룹 에스파 구성원(멤버) 윈터와 함께 진행한 ‘윈터 유니버스(Winter Universe) 캠페인’, ‘겨울 다운 아우터 캠페인’ 등을 통해 젊은 여성 고객들을 대거 유입했다.

 

2019년 9월 뉴발란스 ‘아빠의그레이’ 프로젝트는 뉴발란스를 국내 대중에 브랜드를 각인시킨 대표적인 마케팅 캠페인이다.

 

45세 이상 중년 아빠를 둔 자녀의 사연을 받고, ‘아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프사)를 바꿔주자’라는 콘셉트로 진행한 해당 캠페인은, 2030세대 중심으로 소비되던 브랜드를 4050세대까지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뉴발란스 마케팅팀은 선정된 중년 남성 20명에게 체형 등을 고려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지게 변신해준 후 화보 촬영까지 진행했다. 해당 캠페인은 뉴발란스 인스타그램에서 수만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온라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3차원(3D)로 발모양 분석과 조언까지…러너 위한 맞춤 서비스 제공

뉴발란스가 1조원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평범한 사람부터 마라톤 선수까지 선택하는 브랜드가 된 데 있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 홍대, 강남, 명동 등 직영점과 공식 홈페이지에서 러너들을 위한 ‘나만의 러닝화 찾기’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발 모양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러너(달리는 것을 즐기거나 업으로 하는 사람), 마라토너 등을 위해 족형에 맞고 올바른 보행에 최적화된 운동화(러닝화)를 추천한다.

 

또 매장 내 판매사들은 러닝화 구매의사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발 길이·너비 등을 측정하는 전문기기를 활용해 정교하게 발 모양을 측정한 후 러닝화를 제안한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밑창이 어떻게 닳았는지 보면 고객의 보행 습관, 족형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며 “측정기기를 활용해 발 모양을 정확하게 측정해 족형에 따라 달릴 때 발목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러닝화 선택을 돕는다”고 밝혔다.

 

뉴발란스 성장 배경에는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를 통해 러닝 문화 대중화에 기여한 것도 있다. 이랜드월드는 2011년 뉴발란스 국내 첫 마라톤 행사인 ‘뉴 레이스(NEW RACE)’를 시작으로 마라톤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러너들과 소통하면서 관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도심에서 뛰는 러닝 동호회 지원, 각종 마라톤 행사 등에 투자해왔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열린 ‘2025 런 유어 웨이 서울 10K 레이스’ 행사는 예상치 못한 폭우 속에서도 약 8000명의 러너들이 완주하며, 뉴발란스의 마라톤 대회가 단순 행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대회가 화제를 모은 것은 예기치 않은 폭우 속에서도 러너들이 보여준 열정과 주최 측의 운영 덕분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비 맞으면서 대교를 건너니 짜릿했다”, “가수 싸이가 여름에 개최하는 공연 ‘흠뻑쇼’ 같았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뉴발란스는 달리기가 주는 즐거움을 느낄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여 스포츠 브랜드라며고객의 신중한 구매 결정을 돕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건강한 러닝 문화 확산에 기여할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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