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월평균 1470원을 돌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2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73.7원을 기록했다.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1479.9원까지 오르며 1480원대에 근접했다.
환율은 지난달부터 1450원대 위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달 평균 환율은 1460.44원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월평균 기준 최고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 통화들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만 약세를 나타낸 점도 이례적이다. 이달 들어 호주달러는 1.56%, 캐나다달러는 1.50%, 유로화는 1.20% 상승한 반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0.69%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지난달 20일 100.251에서 12일 98.404로 하락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 같은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요인이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주식을 55억달러 이상 순매수했다. 10월의 역대 최대치(68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큰 규모다. 이달에도 12일까지 약 11억달러를 순매수했다.
김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상승 요인의 약 70%가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 등 수급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과 기관의 환헤지 수요와 연말 결제·송금,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해외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