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2026년 말 금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온스당 50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간은 가장 높은 5055달러를 전망하며 강력한 상승세를 예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HSBC는 심리적 저항선인 50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4900달러를 전망하며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만약 2026년 금값이 이들의 전망대로 온스당 5000달러를 터치하고 환율이 위기 상황을 반영해 1500~1600원 선까지 동반 상승한다면 국내 금값은 어떻게 될까. 2025년 12월 31일 현재 국내 금값은 한 돈(3.75g)당 약 77만원대(KRX 금시장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돌반지 한 돈’을 선물하던 한국인에게는 생경한 숫자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온스당 5000달러’ 시대가 2026년에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단순 계산으로도 파격적이다. 온스당 5000달러를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이 위기 상황을 반영해 1500~1600원 선까지 치솟는다면 국내 순수 금값은 한 돈당 1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여기에 10%의 부가가치세와 소매 마진, 세공비를 더한 일반 소비자의 최종 구매가는 120만원에 서 130만원 선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의 기록적인 성과가 ‘고점’이 아니라 새로운 상승의 ‘서막’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금은 지난 한 해 동안 50회 이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971년 금 본위제 폐지 이후 역대 4위에 해당하는 60%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폭등은 지정학적 위험 증가, 미국 달러 약세,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금 시장 가를 세 가지 경로
2026년에도 이 축제는 계속될 수 있을까. 현재 시장의 합의된 전망(Consensus)은 다분히 중립적이다. 세계 GDP 성장률이 2.7~2.8% 수준으로 안정되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약 75bp 의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달러화가 소폭 강세를 보이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금값은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좁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드라마틱한 상승은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될 때 발생한다. 무역전쟁의 격화, 지역적 군사 분쟁의 확산, 혹은 글로벌 공급망의 완전한 분절화는 세 계경제를 동시다발적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투자를 멈추고 가계는 지갑을 닫는 ‘악순환’이 시작되면 Fed는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대응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극에 달한다. 이때 금은 투기적 수요와 전략적 수요가 맞물리며 현재 수준에서 약 15~30% 급등할 수 있다. 특히 금 ETF(상장지수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폭 발하며 가격 상승을 가속화할 것이다. 한 돈당 소비자 실구매가는 약 110만~150만원으로 추정된다.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경제는 합의된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 특 히 2026년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행이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극단적 위험의 발생 빈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새해 첫날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며, 새 정부로의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26년 금 시장의 향방을 가를 세 가지 가상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금 산업을 대표하는 국제기구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WGC)에 따르면 세 가지 시나리오는 금값의 소폭 상승, 대폭 상승 그리고 대폭 하락이다.
WGC에 따르면 낙관적 시나리오는 미국 경제 지표가 엇갈리는 가운데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진적 금값 상승이다. 특히 그간 시장을 주도했던 인공지능(AI) 열풍이 실적 의구심에 부딪히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경우 자본은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게 된다. 이 환경에서 Fed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시 장 예상보다 과감하게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저금리와 달러 약세는 금값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호재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금값은 2026년 말까지 현재 수준에서 5~15%의 추가 상승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경우 한 돈당 소비자가 마주할 실구매가는 약 95만~105만원 선이다. 2025년의 폭등 이후에도 ‘견실한 후속 성과’ 가 이어지는 셈이다.이보다 드라마틱한 상승은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될 때 발생한다. 무역전쟁의 격화, 지역적 군사 분쟁의 확산, 혹은 글로벌 공급망의 완전한 분절화는 세계경제를 동시다발적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투자를 멈추고 가계는 지갑을 닫는 ‘악순환’이 시작되면 Fed는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대응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극에 달한다. 이때 금은 투기적 수요와 전략적 수요가 맞물리며 현재 수준에서 약 15~30% 급등할 수 있다. 특히 금 ETF(상장지수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폭발하며 가격 상승을 가속화할 것이다. 한 돈당 소비자 실구매가는 약 110만~150만원으로 추정된다.
금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부양책이 ‘대성공’을 거두는 경우다. 강력한 경제성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Fed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상할 수 있다. 장기 수익률이 상승하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금 보유의 기회비용은 급격히 커진다.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자본은 금 시장을 떠나 주식과 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한다. 이 경우 금값은 현재 수준에서 5~20%가량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형성된 금의 ‘위험 프리미엄’이 제거되는 과정이 고통스럽게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금값이 한 돈당 약 75만원에서 85만원으로 하락할 수 있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시장이 주목해야 할 금값의 ‘와일드카드’도 있다. 첫째는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다.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금 보유 비중이 현저히 낮다.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한 이들의 ‘전략적 매수’는 금값의 하단을 지탱하는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둘째는 공급 측면의 변수인 인도의 ‘금 담보 대출’이다. 최근 인도 소비자들 은 공식 부문에서만 200톤이 넘는 금 장신구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만약 글로벌 경기침체가 인도를 덮쳐 금 담보 자산의 강제 매각이 일어난다면 시장에는 예상치 못한 ‘2차 공급’ 폭탄이 투하될 수 있다. 이는 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돌발 변수다. 인도라는 거대 수요처에서 막대한 양의 매물이 쏟아지면 금값 상승을 억제하거나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된다는 뜻이다.
2026년 금 시장의 전망은 안갯속이다. 확실한 것은 2025년과 마찬가지로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이다. 금 가격이 거시경 제적 합의에 따라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혹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다시 한번 불을 뿜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이 주지하는 분명한 사실은 충격과 불확실성이 일상 이 된 ‘폴리크라이시스(Polycrisis, 다각적 위기)’ 시대에 금이 제공하는 분산 투자 효과와 하락 방어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이다. 상승폭이 크게 둔화하거나,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금을 포트폴리오에서 쉽게 빼지 못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