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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둔촌주공 아파트
서울 둔촌주공 아파트

부동산 투자 시계(視界)는 불투명하다. ‘바닥론’과 ‘무릎론’ 사이에서 투자자들은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미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집값 반등을 환영하겠지만 무주택자들은 집 살 기회를 또 놓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부동산 전문가는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또 다른 변수는 무엇일까.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들의 하반기 부동산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하반기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시장에 돈이 많아요.”

 

"하반기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시장에 돈이 많아요."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기간 동안 소비가 줄며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을 바닥론의 첫째 근거로 꼽았다. 여기에 가계 대출도 사상 최대를 경신하며 유동성을 더했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수도권 중심 아파트의 매매 거래 증가로 가계 대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 담보 대출(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 자금 수요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준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실수요자들에게는 부동산 값 추세가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실거래가 기준에 근접해졌기 때문에 2020~2021년의 부동산 가격대에 비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최근 분양되는 주요 단지들에는 ‘만점 청약통장’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7월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어섰다.

 

공급은 반대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착공이 감소했고 올해도 예년보다 반 토막이 났다”며 “지금과 같은 개발 분위기를 보면 내년에도 급격한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면 올해나 내년에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공급 감소에 대한 기대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기준금리 인하 가정도 부동산 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은 대체로 불황에 근접했을 때다. 이때는 섣불리 거액의 부동산 매매에 나서기 어렵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동결되는 시점에는 ‘바닥’이라고 느낀 수요자들의 투자가 이어진다. 김 애널리스트가 내년도 부동산 수요의 상승을 보는 이유다.

 

정부가 역전세 보증금 대출 규제를 완화한 점도 하반기와 내년도 수요에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역전세는 2년 전 전세 계약 때보다 전셋값이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의미한다. 7월 27일 시행된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 완화’는 1년간 한시적으로 역전세 위기에 놓인 집주인에게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게 핵심이다. 이전까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기준에 따라 집주인의 최대 대출 한도가 제한됐는데 내년 7월 말까지 1년 동안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60%’ 규제가 적용된다. DSR 40% 규제 대신 DTI 60% 규제를 적용받는 집주인은 이전보다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정부 정책으로 하반기에 유동성이 더 공급될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변수는 경제 쇼크다. 거품이 급격하게 빠지는 신호가 나오면 ‘공포 심리’로 수요가 빠질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런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지표들이 긍정적이란 점이 근거다. 국내총생산(GDP)과 소비도 숫자로 보는 지표들이 좋다. 김 애널리스트는 “과연 정부 기관이 경고하는 내용들이 실물 경제와 비교할 때 맞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는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세가 변화하지 않거나 변동 폭이 극히 작을 것을 예측하는 이도 많았다. 상승 반전하기엔 경기가 좋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내 반등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란 이유다.주된 근거는 상반기 단기 반등 폭이 컸던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만5761건에 머무르던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지난 6월 5만2592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5월엔 5만5000건을 돌파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시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완연한 회복세다. 집값이 반등하는 가운데 분양가가 뛰어 오를 정도로 상반기 반등 폭이 컸다. 전국 아파트 입주율이 68.7%로 지난 6월 대비 5.1%포인트 상승했을 정도다. 이태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와 같은 수도권 주택 가격 반등이 하반기에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예상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인 상승은 금리 하향을 기대할 수 있는 내년 하반기 시점”이라고 제시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달라진 부분도 약보합세의 근거다. 우선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국면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 금리는 8일 기준 연 4.08~6.04%로 집계됐다. 지난 6월 초 연 3.91~6.15%와 비교해 금리 하단이 0.17%포인트 상승이다. 고정 금리도 오르고 있다. 전날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주담대의 고정 금리는 연 3.89~5.94%로 6월 초 연 3.88~5.67%에 비해 상단이 0.27%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외에 역전세 물량도 부담이다. 2021년 하반기 ‘고점 계약 전세’의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하반기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완화하는 등 역전세난을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태환 애널리스트는 “기존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정책 효과가 소멸되고 있는데 상반기 주택 시장 지표와 심리 회복으로 정부의 추가 부양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핵심 변수는 주담대 금리 방향성이다. 지금까지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주담대 변동 금리가 고정 금리를 웃돌고 있다.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 방향에 따라 대출 수요자들의 선택이 향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하반기 급격한 약세 전환을 전망하는 이도 있다. 백광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고금리와 취약 가구의 증가 등으로 9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첫째는 강남 지역을 비롯해 9월 이후 신축과 전세 시장 등 입주 물량이 시장에 미칠 여파다. 반포 원베일리,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올해 하반기 이후 입주하는 물량들은 주택 가격이 고점에 있을 시기에 높은 분양가로 형성된 물량으로 현재 시세와는 상황이 다르다. 백광재 애널리스트는 “당시 전셋값을 감안해 분양 자금을 마련한 경우 잔금을 맞추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특성상 입주 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다는 점도 우려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백 애널리스트는 “투자 수요는 어쩔 수 없이 세입자를 구하는 수요가 많을 텐데 신규 물량에 입주가 원활히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주변 단지들, 특히 구축쪽에서 급격하게 (물량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역전세난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데 순간적인 전셋값 하락의 충격을 버틸 수 있을지 취약 가구의 증가로 사고 물량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규 물량 외에 2021년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때의 입주 물량도 풀린다는 게 문제다. 양도세 비과세에 필요한 2년 거주 요건이 2023년이면 해제되기 때문에 투자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물량들이 하반기 대거 풀릴 것으로 보인다. 백 애널리스트는 “신구 입주 물량들이 가격 경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강남과 수도권 지역에서 수급적인 측면에서 악화되는 상황들이 하반기부터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금리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 상품으로서의 부동산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예금 금리가 3%대 초·중반인 반면 월세 임대 수익률은 2%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백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그는 “주택이나 상가의 가치가 안전 자산 수익률에 못 미치는 상황에 왔다”며 “대출 금리까지 더해졌다면 수익률 역전은 더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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