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에서 경제성(사업성)에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용적률이다. 용적률이라는 것은 일정한 대지 면적에 얼마만큼의 건물이 들어섰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건평 나누기 대지면적이 용적률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용적률과 재건축 사업 후 용적률의 차이가 사업성을 좌우하게 된다. 다시 말해 얼마만큼 용적률이 늘어나느냐에 따라 일반분양분도 증가하고 기존 면적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용적률이 200%인 A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이 단지를 300%로 재건축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을 비유하자면 20층짜리 아파트가 30층이 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그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재건축 후 20개 층만 사용한다고 하면 10개 층이 남는 것이다. 이 남는 10개 층을 일반분양하면 된다.
재건축 수익성 계산법
그리고 여기서 남은 분양 수익을 기존의 소유주가 나누어 갖게 된다. 10개 층의 분양 수익을 20개 층 소유주들이 나누어 가지게 되므로 아파트 한 채에서 나오는 분양 수익의 50%(=10개 층 / 20개 층)가 기존 소유주 가구당 수익이 되는 것이다. 이 수익으로 재건축을 할 때 발생하는 공사비를 충당하는 것이 재건축 사업의 수익 모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지역에 있는 B 아파트의 기존 용적률이 200%가 아니라 150%라면 어떻게 될까? 30개 층이 건설되어 그 중 15개 층을 기존 소유주들이 차지하면 나머지 15개 층을 일반분양하게 되므로 분양 수익은 100%(=15개 층 / 15개 층)가 된다.
결국 용적률이 200%인 A 단지보다 150%인 B 단지의 수익률이 두 배가 된다는 의미이다. 용적률이 낮을수록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현실의 세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이 이처럼 크지는 않다. 서울시를 포함한 정부에서 이처럼 수익이 나도록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 용적률, 허용 용적률, 상한 용적률, 법정 상한 용적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각각의 단계에 맞는 용적률을 적용 받으려면 기부채납이나 임대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단지의 수익률이 다른 단지의 수익률보다 높은지, 아니면 낮은지를 판단할 때는 용적률을 보면 알 수 있다. 투자가치를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그런데 앞에서 예로 들은 A 단지와 B 단지의 입지가 비슷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두 단지의 입지가 다르면 용적률 이외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기게 된다. A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200%라서 한 채 분양 수익의 50%밖에 취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일반분양분 한 채의 분양 수익이 4억원이라면 A 단지 소유주의 몫은 2억원이나 된다.
반면에 용적률이 낮은 B 단지의 경우 한 채 분양 수익의 100%를 취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분양분 한 채의 분양 수익이 1억원이라면 B 단지 소유주의 몫은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A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높아 소유주당 수익 지분이 적더라도 한 채당 분양 수익이 크므로 실제 이익이 크지만 B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낮아 소유주당 수익 지분이 많더라도 한 채당 분양 수익이 적으므로 실익이 적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투자가치가 높다”고 하는 것은 틀린 이야기이다. 용적률도 중요하지만 입지가 다른 경우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비교하려는 단지의 입지를 어찌 평가해야 할까? 정확히 말하자면 일반분양을 할 당시의 일반분양가를 어찌 예측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우리가 감정평가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고) 어떤 단지의 수익성이 더 좋은지를 알기 위함이기 때문에 그 단지가 속한 지역(동)의 시세를 반영하면 된다. 쉽게 말해 입지가 좋은 곳은 집값이 비싸고 입지가 떨어지는 곳은 집값이 싸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유명(?)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성을 비교해 보자.
노원 미미삼 vs 성산시영, 어디가 더 벌까
첫 번째 단지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산시영 아파트이다. 이 단지는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과 인접한 초역세권 아파트이다. 단지가 크기 때문에 일부 동은 경의중앙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 더 가깝다.
기존 3710세대의 대규모 단지인데 재건축이 끝나면 4800여 가구로 탈바꿈되어 마포구에서 가장 큰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상태로 재건축조합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기존 용적률은 148%이고 마포구 성산동의 시세는 평당 4095만원이다.
두 번째 단지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미미삼 아파트이다. 정식 명칭은 미륭, 미성, 삼호3차 아파트로 이 3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칭 미미삼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기존 가구수가 3930세대로 강북에서는 성산시영 아파트와 1, 2위를 다투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이다. 지금은 서울 지하철1호선인 광운대역이 지나가는데, 향후 GTX C가 개통되면 광운대역에서 GTX C를 타고 왕십리나 삼성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단지이다. 기존 용적률은 131%이고 노원구 월계동의 시세는 평당 2507만원이다.
세 번째 단지는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이다. 기존 가구수가 4424세대로 강남구에서 가장 큰 단지이며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하고 있다. 1979년에 지어졌으며 작년에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를 마치고 사업시행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다. 기존 용적률은 201%로 앞서 소개한 다른 단지보다 높은 편이지만 강남구 대치동의 시세는 평당 9481만원으로 마포구의 두 배 이상, 노원구의 세 배 이상이라 하겠다.
네 번째 단지는 1기 신도시인 분당 이매동에 위치한 이매성지 아파트이다. 단지 바로 앞에서 분당선 이매역과 경강선 이매역이 정차하는 더블 역세권 아파트로 용적률이 162%에 불과하다. 분당 역세권 아파트 중에서는 가장 용적률이 낮은 단지, 다시 말해 재건축 사업성이 가장 좋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이상 4개 단지를 살펴보면 용적률은 미미삼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낮다. 미미삼의 경우는 기존 용적률이 131%밖에 되지 않아 성산시영 148%나 이매성지 162%, 은마아파트 201%에 비해 월등히 낮다. 용적률이 낮은 만큼 일반분양분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분양가까지 감안한 분양 수익을 계산해 보면 재건축 사업성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위 표는 앞서 소개한 4개 단지의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이다. 기부채납 등 세부 조건에 따라 세부적인 수치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절대치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지만 상대적인 비교용으로는 유용하다. 다시 말해 재건축 사업 조건이 비슷할 경우 기존 용적률과 입지 차이에 따른 시세를 반영하여 어느 단지의 사업성이 더 뛰어난지를 비교할 수 있게 만든 표이다. 재건축 후 용적률이 260% 정도와 같이 낮은 경우라면 기존의 용적률이 낮은 성산시영이나 미미삼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재건축 후 용적률이 300%와 같이 높은 경우라면 은마아파트와 같이 주변 시세가 높은 단지가 유리하다.
분당에서 사업성이 가장 좋은 이매성지의 경우는 서울의 주요 단지와 비교하면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편이 아니다. 이는 기존의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고도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생긴 것이다.
가장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입지가 좋은 곳에 있는 용적률이 낮은 단지일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곳을 고르려면 단순히 용적률만 비교해서는 안 되고 주변 시세 가격을 반영한 분양수익을 추정해서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