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사원 생태계’ 첫 공개
챗엑사원 B2B 베타버전 공개
런던증권거래소와 투자 예측 서비스 3분기 상용화
고품질 데이터 생산하는 AI 공장
대형 스크린에 폐암 환자의 조직 사진이 떠올랐다. LG AI연구원의 정밀 의료 AI인 ‘엑사원 패스 2.0’은 유전자 검사 없이도 이미지만으로 돌연변이 여부를 정확히 진단해냈다. 최대 2주까지 걸리던 암 조직 유전자 검사와 진단 시간은 단 1분으로 줄었다.
LG AI연구원이 지난 5년간 쌓아온 AI 역량을 총동원한 ‘엑사원 생태계’를 22일 발표했다. LG AI연구원은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AI 토크콘서트’에서 정밀의료 AI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AI ‘엑사원 4.0’을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AI는 사용자의 다양한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일반모드와 추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추론 모드를 통합한 모델이다. 학습 데이터를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논리적인 추론까지 해내는 AI를 말한다.
단순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분자 구조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멀티모달 AI ‘엑사원 4.0 VL’(Vision Language)’도 공개했다. 엑사원 4.0VL에 문서를 넣으면 텍스트와 차트, 이미지 등을 멀티모달(다중정보)로 이해하고 결과를 내놓는다. 기존 이미지 이해 모델이 보여주지 못했던 복잡한 문서 이해 능력이 가장 큰 강점이다.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엑사원 4.0 VL’은 메타(Meta)의 라마 4 스카우트(Llama 4 Scout) 모델과의 성능 비교에서 앞섰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산업계에서 AI 전환을 위한 첫 단계이자 핵심은 바로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내부 데이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텍스트 해석을 넘어 이미지, 표, 차트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함께 파악해 사용자가 원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AI의 역할”이라고 말했다.이 원장은 행사에서 엑사원 4.0 VL이 작동하는 방식을 시연했다. 엑사원에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4’ 보고서를 넣고 “한국과 일본으로 얼마나 많은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되는가”라고 묻자, 엑사원이 시각화돼 있는 이미지와 그래프, 텍스트를 분석해 “한국과 일본은 하루 420만 배럴의 석유를 공급받고 있다”고 답했다.
한눈에 봐도 복잡한 그림과 그래프가 섞여 있고, 문서 하단에는 석유가 공급되는 물량이 다양한 색깔로 표시돼 있었다. 엑사원은 색깔을 구별하고 그래프를 읽어내, 한국과 일본에 공급되는 석유량이 420만 배럴이라고 답했다.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AI, 챗 엑사원 첫 공개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LG AI연구원이 지금껏 내부에서만 써오던 기업용 AI 에이전트 ‘챗 엑사원’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지만, 다른 기업과 정부 기관, 학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챗 엑사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층 리서치 모드를 제공한다. 챗엑사원은 답변 충실도, 근거 타당성, 구조 일관성 등의 측면에서 챗GPT-o3, 구글 제미나이 프로 2.5와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고 LG는 설명했다.
최정규 AI에이전트그룹장은 “LG 임직원의 AI 에이전트인 ‘챗엑사원’은 국가핵심기술 문서까지 사용할 수 있는 ISO 인증을 획득해,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기업 전용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엑사원 4.0 공개 이후 모델 라이선스 범위를 교육 목적까지 확대했으며,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자유롭게 엑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LG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제공하고, B2B 사업 전략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별로 특화 AI 모델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도 소개했다. 많은 기업이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특화된 모델을 만들고 싶어 한다.
AI 기술을 기업에 적용할 때 가장 큰 장벽은 특화 데이터 확보다. 비정형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정형 데이터로 변환하고, 학습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좋은 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고, 기업의 핵심적인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해야 하는 등 보안 위험이 존재한다.
LG AI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 플랫폼을 개발했다.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는 고품질 데이터를 생산하는 AI 공장이다. 전문가 60명이 3개월 동안 작업해야 생성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한 명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LG AI연구원이 LG 계열사와 국책 기관 등과 실증 사업을 진행한 결과 기존 대비 데이터 생산성은 최소 1000배, 데이터 품질은 평균 20% 이상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부터 기업 투자까지
산업현장 향하는 LG AI
LG의 AI 사업은 ‘산업 현장’을 향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너도나도 생성형 AI를 통해 챗봇이나 맞춤형 광고 등 플랫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출 때 LG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AI에 집중했다. 생산 공정부터 소재 및 제품 개발까지 다양한 사업과 AI 기술을 연계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수익을 내는 등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AI’를 목표로 잡았다.
금융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와 손잡고 기업들의 재무제표와 주가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AI 투자보고서’ 사업을 올 3분기 상용화한다. LG AI연구원이 LSEG의 데이터와 뉴스, 공시 자료, 주가 흐름, 계약서 등 비정형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 수익률 방향을 예측하고 보고서를 생성해 투자의사 결정을 돕는다. LSEG의 기업고객과 기관을 대상으로 먼저 배포하고, 일반 대중에게도 향후 공개할 계획이다.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 사업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엑사원 생태계’의 마지막 순서로 AI 반도체부터 모델까지 순수 국산 기술로 완성한 ‘엑사원 온프레미스’를 소개했다. ‘엑사원 온프레미스’는 기업들이 보안 걱정 없이 엑사원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AI 서버까지 구축해주는 서비스다. LG는 인프라 기업인 프렌들리AI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AI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AI 기술과 생태계 확보 경쟁은 기업들만의 이슈가 아니라 국가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성능 좋은 모델 대체제와 자체적인 생태계 없이는 (한국의) 종속성이 심화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체적인 생태계 확보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