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공급대책 늦어지자
서울시표 공급촉진안 발표
정비사업 처리기한 등 도입
구역지정·조합설립 동시처리
18.5년 걸리던 재개발·재건축
13년으로 사업기간 단축추진
서울시가 여러 인허가 절차를 개선해 현재 입주까지 평균 18년6개월 이상 걸리던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13년으로 5년6개월 단축한다.
지금까지는 신속통합기획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정비 사업의 ‘첫 단추’로 불리는 정비구역 지정 물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는데, 이제는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순차적으로 진행했던 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지원하고, 재건축·재개발 모든 과정에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사업 진행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서울 중구 신당9구역 현장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입주까지 평균 18년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시작부터 정비구역 지정까지 2년6개월, 추진위원회 구성·조합 설립까지 3년6개월, 사업 시행·관리 처분·이주까지 8년6개월, 착공 및 준공 4년이 소요된다.
서울시는 착공 전 단계까지 인허가 절차를 개선해 소요 기간을 크게 줄인다는 목표다.
먼저 정비구역 지정까지는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평균 5년에서 2년6개월로 기간을 이미 줄였다. 서울시는 후보지가 선정된 직후 별도 지정 동의서를 걷는 과정을 생략해 6개월을 추가로 단축하면 2년 이내에 절차를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구역 지정 시점부터의 시작되는 추진위원회 보조금 지급 요건과 절차도 개선된다. 지금까지는 주민 동의율 50% 이상을 충족하고, 신속통합기획 자문이 완료돼야만 공공보조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동의 없이도 즉시 지원해 추진위 구성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준비를 병행할 수 있게 만들어 조합 설립 시점도 기존 3년6개월에서 1년 이내로 크게 단축시킨다는 게 청사진이다.
조합 설립 다음엔 사업 시행·관리 처분 인가를 거쳐 착공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이 절차를 밟는 데 평균 8.5년이 걸린다. 서울시는 ‘행정절차 사전·병행 제도’를 도입해 이를 6년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단계마다 차례대로 처리하던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업 시행 인가 직후 바로 감정평가에 착수하고, 통합심의 단계에서부터 사업시행계획서를 미리 작성해 놓는 식으로 착공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공정 관리 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만 적용되던 ‘처리기한제’를 사업 모든 과정으로 확대한다. 재건축·재개발 단계마다 처리 기한을 설정해 지연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금까지 적용하던 처리기한제는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등 앞 단계로 되돌아가는 방식이었는데,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는 사업 진행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사업지별로 ‘공정촉진책임관’과 ‘갈등관리책임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인허가 지연, 주민 갈등 등으로 인한 문제를 현장에서 즉시 해소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서울시는 이번 방안을 통해 민간의 사업 추진 의지, 주택 공급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이 이날 직접 찾은 신당9구역 일대는 이번 대책의 상징적인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곳은 20년 가까이 사업이 정체돼온 대표적인 표류 사업지로 꼽혀왔다.
신당9구역에는 신당동 432-1008 일대(구역 면적 1만8651㎡)에 공동주택 8개 동, 315가구와 부대시설이 지어진다. 서울시는 이곳을 ‘높이 규제지역 공공기여 완화’ 정책의 첫 적용지로 선정했다. 용적률이 161%에서 250% 이상으로 확대되고, 공급 물량도 315가구에서 500가구 이상으로 늘어나 사업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21년 신통기획 도입 이후 재개발·재건축 후보지 241곳(37만8000가구)을 선정했고, 이 중 145곳(19만4000가구)은 정비구역으로 지정이 완료됐다. 내년 6월까지 정비구역 31만2000가구 지정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