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1개월만 7만원 돌파
개인, 이달 3조4700억원 순매도
증권가 목표가 상향 잇달아
'국민 주식' 삼성전자가 잇단 호재에 힘입어 7만원 고지를 밟았다. 코스피 '투톱'의 주가 전망을 두고 삼성전자 편에 선 외국인과 SK하이닉스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326일만 7만 고지, 분위기 반전 신호탄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6.83% 뛴 7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족쇄'를 벗어던진 데 이어 조원 단위 적자를 이어가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테슬라로부터 22조7647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수주를 따내면서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파운드리 후공정 협력사인 두산테스나는 수혜 기대감에 상한가를 찍었다.
삼성전자가 장중 7만원을 넘은 건 지난해 9월5일 이후 326일 만이다.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엔 세계 D램 1위 자리마저 SK하이닉스에 빼앗기면서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삼성전자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D램,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실적과 기대 심리 모두 바닥을 지나 회복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라며 목표주가를 7만8000원으로 상향했다.
개인은 하이닉스 vs 외인은 삼전…엇갈린 베팅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의 기록적인 이정표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코스피 '쌍두마차'의 대결에서 SK하이닉스의 승리를 점친 이들이 삼성전자에 주식 매도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4905억원 수준이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이달 들어 3조4736억원으로 400%가량 폭증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3조4638억원 순매수하며 개미들의 매도 물량을 전부 받아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인 외국인 수급 사이클을 살펴보면 외국인 자금 유입 과정에서 대형주 특히 반도체가 큰 폭의 상승세를 시현하며 시장을 아웃퍼폼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하반기 외국인 수급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는 수급상 유리한 주가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고 짚었다.
비록 일회성 비용과 환율 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계절적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RAM은 AMD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향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매량 증가와 일회성 비용 축소로 인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파운드리는 가동률 상승과 일회성 비용 축소로 인해 영업적자가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8조4000억원(전 분기 대비 +83%)으로 추정했다. 목표주가는 8만원에서 8만9000원으로 올려잡았다.
반도체 관세 변수는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한미 무역 협상 시한(8월1일)이 임박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현재 교역 상대국에 적용 중인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내달 1일 이후로 더는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며 2주 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고강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관련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 연구원은 "연말부턴 IT 기기 전반에서 관세의 영향이 나타나며 실적 전반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HBM 매출 회복 지연, 부진한 낸드 업황, 파운드리 적자의 점진적인 회복 등으로 올해 실적은 전년 대비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307조1000억원(전년 대비 +2%), 영업이익은 27조5000억원(-16%)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