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0대 마감... 코스닥도 4% 급락
투자자들 "관세 가니 과세 왔다"
지난 두 달간 20%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 지수가 1일 3.88% 주저앉으며 3119.41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4.03% 떨어진 772.79로 거래를 마쳤다. 이 정도 낙폭은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지난 4월 7일 미·중 관세 전쟁 충격 속에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한 ‘블랙 먼데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달아오르던 증시를 식힌 주범으로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지목된다. 전날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대상을 확대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당초 예상보다 높게 정하는 한편, 증권거래세율도 인상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정부의 증세 기조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관측 속에 이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6583억원과 1조720억원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 폭탄을 쏟아냈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이 ‘코스피 5000 시대’ 목표와 배치된다”며 웅성거리고 있다.
◇”관세 가니 과세 왔다”… 증세에 싸늘해진 투자 심리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달린 배경에는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정책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지난 6월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국내 정치와 정책 모멘텀이 세계 경기 둔화 리스크를 상쇄한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책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주가가 주저앉는 모양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高)배당 상장사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에 대해 근로·이자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최고 세율을 35%로 잡았다. 종전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낸 입법안보다 최고 세율이 10%포인트 높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에서 ’10억원 이상 보유’로 바꿔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를 늘린 것도 시장에 악재로 분류된다. 매년 연말이면 코스닥 시장에서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회피 매도 물량이 쏟아지곤 하는데, 기준이 도로 원상 복귀되면서 연말 매도 폭탄 출현 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올려 0.20%로 조정한 것이나, 법인세율도 과표 전 구간에서 일괄 1%포인트씩 인상한 것 등도 증시 부양에 역행하는 조치로 분류된다. 개인 투자자 연합 등에서는 ‘증시 계엄령’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언제까지 기대감만으로 오를 수는 없다”며 “(각종 정책이)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점차 현실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차익 실현 매도세와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날 낙폭이 컸던 종목은 키움증권(-6.96%) 등 증권주와 KB금융(-4.42%) 등 금융주, HD현대(-10.03%)·한화(-8.52%) 같은 지주사 등이었다. 하나같이 정책 기대감으로 최근 급등했던 종목들이다.
주가 급락에 깜짝 놀란 여당은 세제 개편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재검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날 “10억원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고 나선 것은 주가 급락으로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당 지도부에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돌아온 ‘강달러’도 악재
달러 가치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것도 국내 증시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약세(원화 강세) 국면에 국내 증시 순매수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원화로 한국 주식을 매수하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 국면이 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4.4원 오른 1401.4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1400원대를 찍은 것은 5월 중순 이후 2개월 반 만이다.
원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