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끈 中증시 깜짝 랠리…펀더멘털은 여전히 물음표
상하이지수 10년 만에 최고치…전 세계 상승률 1위
중국 경제지표 부진 계속에도
상하이지수, 7월 이후 12% 급등
유동성 증가·관세부담 해소 영향
반도체·헬스케어도 상승 주도
실물 경기-금융시장 괴리 커
강세장 지속 여부는 '미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깜짝 랠리를 펼치고 있다. 부진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들어 세계 증시 상승률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다만 실물 경기와 금융시장 간 괴리가 커지고 있어 증권가에선 이번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경기 지표 최악인데 증시만 올라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중국 본토 주식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400조원)가량 늘어났다. 상하이종합지수는 7월 이후 지난 26일까지 12.31% 급등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 기간 미국(4.21%)을 비롯해 대만(9.21%), 일본(4.71%), 한국(3.5%) 등 주요국 증시를 크게 앞질렀다.
최근 증시 상승세와 달리 중국 경기 지표는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개월 연속 하락했고,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4.6%)를 크게 밑돌았다. 생산자물가는 26개월째 하락하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17%를 웃도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신호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강세장의 원인으로 우선 풍부해진 유동성을 꼽았다. 중국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과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가계저축 잔액은 1조1000억위안 감소했고, 비은행(증권·펀드) 예금은 2조1400억위안 증가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약 90%로 미국(20~30%)에 비해 크게 높다. 상하이종합지수 기준 주간 거래량과 신용잔액 모두 최근 15년 새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가계 금융자산 중 22%만 펀드나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10조위안 이상의 투자 여력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지벤어드바이저는 “중국 투자자들이 채권을 정리하고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오타이 제친 캄브리콘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헬스케어 등 미래전략 산업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I칩 제조업체 캄브리콘테크놀로지스는 지난 1년간 약 460% 급등해 기존 최고가 주식 구이저우마오타이를 제치고 가장 비싼 주식으로 부상했다. 시가총액은 5000억위안을 돌파했다. 웡쿤 총 BNY 수석전략가는 “만약 딥시크가 중국산 칩을 사용할 수 있다면 나머지 반도체주도 날아오를 수 있다”며 “중국 칩의 잠재적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하이종합지수에서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헬스케어(72%)다. 이어 소재(49%), 통신서비스(41%), 정보기술(32%) 순으로 상승폭이 크다. 부동산과 소비재에 집중된 과거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리스크가 완화된 것도 중국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4월 초 상호관세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중국은 고율 관세의 표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가 두 차례 유예돼 부담 요인이 완화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부진한 경제 지표와 정책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오는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타오 쉬 또한 딜로이트차이나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당분간 중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이는 소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