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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르웨스트’ 조감도.
‘VL르웨스트’ 조감도.

 

‘VL(Vitality & Liberty·브이엘) 르웨스트’. 강서구 마곡지구 내 마이스 복합단지에 들어서는 실버타운의 이름이다. 특히 이곳은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최고급 ‘시니어 레지던스’다. 800가구 이상 대단지로 구성될 예정인데 서울 도심에 흔치 않은 대규모 실버타운인 데다가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해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호텔 업계가 고령 인구를 겨냥한 실버타운 사업에 연이어 진출하고 있다. 고령층이 급증하는 가운데 숙박업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앞세워 이들을 타깃으로 한 주거단지를 운영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갈수록 호텔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시니어 레지던스가 호텔들의 새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현재 실버타운 사업을 공식화한 곳은 롯데호텔, 조선호텔, 파르나스호텔, 신라호텔, 대명소노, 메이필드호텔 등이다.포문은 롯데호텔이 열었다. 롯데호텔은 2022년부터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을 론칭하고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실버 산업이 앞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롯데호텔은 이후 발빠르게 움직였다. 특급호텔의 고품격 서비스 등을 주거 영역에 접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구체화해 나갔다.

 

급증하는 고령층 잡아라

3년여 간의 준비를 거친 뒤 롯데호텔은 올해 들어 마침내 실버타운 사업을 본격화하기에 이르렀다. 부산 기장에 ‘VL라우어’라는 이름의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을 올해 초 시작했다. 호텔 업계가 운영하는 최초의 실버타운을 오픈했다.

 

올 하반기에는 ‘VL르웨스트’까지 오픈하며 실버타운 사업에 더욱 고삐를 죈다. 롯데호텔이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실버타운인 이곳은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추후에도 다양한 지역에 시니어들을 위한 레지던스를 운영하며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GS그룹에서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도 실버타운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개인회사를 통해 추진하는 실버타운 사업 ‘소요 한남’의 운영을 맡기로 했다. 이곳에서 파르나스호텔은 특급호텔을 운영하며 쌓아온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낼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28년 완공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호텔들이 운영하는 실버타운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호텔신라의 경우 최근 사업목적에 노인 주거 운영사업을 추가했다. 메이필드 호텔은 ‘더해든’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조선호텔은 시니어 주거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내부 조직을 신설했으며 대명소노그룹도 실버타운 사업에 본격 가세했다. 최근 대명소노는 실버산업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시니어 레지던스를 포함한 복합 실버 서비스 브랜드 ‘소노웨이브(SONO WAVE)’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호텔들의 실버타운은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5성급 호텔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앞세워 최고급 서비스를 선보이는 일명 ‘부자 노인’들의 안락한 주거환경을 책임진다. 롯데호텔의 VL 브랜드만 보더라도 각종 업무 지원 및 대행 서비스를 아우르는 컨시어지 서비스, 세대 내 청소·정리수납 등을 비롯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건강 상태에 따라 구성되는 호텔 셰프의 맞춤식단 등 특급호텔의 고품격 서비스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핫플레이스’에 들어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소요 한남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 바로 옆에 지어진다. VL르웨스트도 떠오르는 교통 요충지인 강서구 마곡지구 내 마이스 복합단지에 위치한다.

 

조용한 곳에 지어졌던 기존의 실버타운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호텔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텔들의 실버타운 사업의 실수요층은 이른바 ‘욜드(YOLD, Young Old)’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이들은 고령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과 소비를 하는 특징을 고려해 호텔들이 도심 속 실버타운을 운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점을 볼 때 추후 실버타운 사업을 예고한 호텔들도 강남권과 같은 서울 중심에 이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흥행 여부는 미지수

호텔업계가 앞다퉈 실버타운 사업에 진출하는 이면에는 수익구조 다변화의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숙박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는 뚜렷하다. 경기 상황 및 관광 수요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된다.더욱이 최근에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해외 유수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이 한국에 연이어 상륙하고 있어 업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대다수 호텔들의 성장이 사실상 정체 흐름을 보이는 이유다. 아울러 롯데호텔 및 신라호텔 등은 캐시카우였던 면세사업이 무너지며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신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호텔들에 실버타운은 기회의 땅이다. 호텔이 가진 자산 및 서비스 역량을 활용해 진출하기가 용이하다.

 

전망도 밝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실버타운의 경우 입주자만 확보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고 고령화가 지속될수록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버타운이 호텔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호텔의 실버타운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걸림돌은 비싼 가격이다.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만큼 가격도 어마어마하다. 곧 오픈하는 VL르웨스트만 보더라도 반전세 선택 시 보증금 최대 약 18억원, 월세 약 350만원이다.

 

최근 분양한 주변 신축 아파트 매매가보다 비싸다. 게다가 최대 관리비도 500만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호텔들의 실버타운 사업은 상위 1% 이용할 있는 최고급 주거 시설이라며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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