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팔란티어 급락, 세계 증시 덮친 검은 수요일

세계 증시가 5일 일제히 동반 폭락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상징이던 미국 기술주가 하루 만에 무너졌고, 그 충격파는 아시아와 유럽으로 번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한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규모 공매도를 건 사실이 공개되면서 'AI 거품 붕괴'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뉴욕 나스닥지수는 2% 넘게 추락했고, 일본 닛케이는 장중 5%, 코스피는 6% 가까이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버리가 옳을 수 있다"며 패닉 속으로 몰렸다.
뉴욕을 덮친 'AI 쇼크', 공포지수도 폭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크게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51.44p(0.53%) 내린 4만7085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7% 떨어진 677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4% 급락한 2만3348로 주저앉았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66% 급등한 19.00까지 치솟았다. 시장이 고평가된 AI 종목에 대한 리스크 회피로 급격히 쏠리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가 확산됐다.
AI 대표주 팔란티어는 7.94% 폭락한 190.74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실적이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엔비디아도 3.96% 급락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조달러에서 4조8380억달러로 줄었다. 전일 마감가 기준으로 처음 5조달러를 돌파했지만 단 하루 만에 무너졌다.
테슬라는 1조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둘러싼 주주 반대 이슈가 부각되며 5.15% 급락했다. 알파벳(-2.13%), 아마존(-1.84%), 마이크로소프트(-0.52%) 등 주요 기술주가 모두 약세였다. 반면 최근 AI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애플은 0.37% 상승하며 유일하게 선방했다.

'빅쇼트' 버리, AI 버블에 베팅
시장 하락의 도화선은 마이클 버리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그는 이날 자산운용사 사이언자산운용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 100만주, 팔란티어 500만주 규모의 풋옵션(매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풋옵션은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로 주가 하락 시 수익을 얻는다. 버리가 AI 대표주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그의 등장은 투자자들에게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공포를 상기시켰다.
AI 주식의 고평가 논란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월가에서 제기돼왔다.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0배, 팔란티어는 214배에 달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홍콩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기술주는 향후 12~24개월 내 10~20% 수준의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거시 악재가 아닌 자연스러운 10~15% 조정은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거들었다.
아시아로 번진 충격파
미국발 충격은 아시아 시장으로 이어졌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5만선을 돌파했던 일본 도쿄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4% 이상 떨어져 4만9000 초반까지 밀렸다가 장 마감 직전에 겨우 5만 선을 회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기술주의 급락이 이어진 가운데 단기 급등에 따른 되돌림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10% 폭락했고,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도 6% 하락했다. 이밖에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등도 1% 안팎의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선 향후 미국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추가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급락이 단기 조정인지, 거품 붕괴의 전조인지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