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에서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월마트는 맥밀런이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내년 2월1일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월마트 미국법인 CEO인 존 퍼너가 그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퍼너는 창업자 샘 월튼 이후 다섯 번째 CEO가 된다.
월마트 공시에 따르면 맥밀런은 지난 11일 이사회에 은퇴 의향을 전달했고 이사회는 전날 퍼너의 CEO 임명을 의결했다. 맥밀런은 내년 봄까지 이사회에 남고 2027년 1월까지 회사 고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59세인 맥밀런은 2014년 CEO 자리에 올라 아마존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월마트를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재편하며 회사의 성장을 주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맥밀런의 재임 기간 동안 월마트 주가는 400% 이상 상승했고 시가총액에 5760억달러가 추가됐다. 연간 매출도 6800억달러를 넘어서며 크게 증가했다.
맥밀런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 회사를 의심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여러분이 얼마나 헌신적인지, 여러분의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전했다.
맥밀런이 CEO로 처음 취임했던 당시 월마트는 매출 정체, 직원 불만 급증과 매장 운영 문제 등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맥밀런은 최저임금 인상, 매장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등을 중심으로 한 개편안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33억달러에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제트닷컴을 인수하고 창업자 마크 로어를 미국 전자상거래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몇 년간 맥밀런은 광고사업과 멤버십을 확대하며 월마트의 수익원 다변화에 주력해왔다. 그는 역대 어떤 CEO보다 미국 정치 환경에 깊숙이 관여하고 월마트의 평판 개선에도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온화한 리더십 스타일과 탁월한 소통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맥밀런은 올해만 해도 백악관을 여러 차례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정책 등 현안을 조율하기도 했다.
51세의 퍼너는 2019년부터 월마트 최대 사업부인 미국 법인 사장 겸 CEO를 맡아 4600개가 넘는 매장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1993년 시간제 직원으로 월마트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상품·운영·소싱 등 다양한 부문의 책임자를 맡았다. 그의 아버지 또한 월마트 임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맥밀런은 퍼너가 "직원에 대한 애정과 혁신 감각을 모두 갖춘 독특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그는 "퍼너의 균형감각과 회사 가치에 대한 믿음은 혁신과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새로운 소매업 시대를 이끄는 데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월마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식료품과 생필품 수요 급증으로 매출이 급성장했다.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월마트의 저가 식품과 생활용품 판매가 늘어나며 회사는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현재 월마트는 AI 확산과 미국 거시경제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해 있다. 맥밀런은 그동안 "AI가 사실상 모든 직무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하며 AI 기술 확대에도 집중해왔다. 월마트는 최근 AI 가속화 책임자를 선임하고 소비자들이 챗GPT에서 자사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재 월마트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중 95%가 월마트에 대해 '매수'의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 소식에도 평가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든해스킷의 척 그롬 애널리스트는 "맥밀런은 샘 월튼 이후 가장 뛰어난 월마트 CEO였다"며 "이번 발표는 예상보다 조금 빨랐던 만큼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퍼너와 맥밀런이 "같은 DNA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오펜하이머의 루페시 파리크 애널리스트는 "맥밀런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리울 것이지만 퍼너의 리더십에 매우 큰 신뢰를 갖고 있다"며 "매끄러운 승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즈호증권의 데이비드 벨린저 애널리스트는 "이번 CEO 승계는 월마트가 디지털 기반을 구축한 단계를 마무리하고 앞으로 10년에 걸쳐 AI가 비즈니스 전반을 전환시키는 '가속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퍼너는 올해 초 "아직 우리가 할 일이 많지만 2025년에는 AI와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 그리고 자산이 얼마나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합돼서 매우 흥미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