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주택금융공사에 2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저당증권(MBS)을 매입하라고 지시했다. 금리를 낮춰 부동산 시장을 완화하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2008년 경제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따르지만 당시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있을 중간선거의 승기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나의 사람들(미국주택금융공사)에게 2000억 달러(약 295조원)의 MBS를 매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결정이 금리를 내리고 지난 바이든 정부가 올려놓은 미국 집값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로 인해 미국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5.99%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모기지 금리는 2022년 9월 이후로 6%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지난 2022년 코로나19 여파로 모기지 금리는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 7%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하락도 생활비 등의 물가를 제대로 잡지는 못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2000억 달러는 원래 사용 목적이 따로 있다.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라고 있는 국고다. 트럼프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재연될까
개인이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돈을 빌려준 은행은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권리인 채권을 가지게 된다. 대출로 현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채권이 쌓여가면 은행 입장에서는 운영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이 채권을 판다.
판매되는 채권들이 모여 하나의 묶음 형태가 되면 그 규모는 커진다. 이런 주택 채권을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사들이기도 하지만 이 경우 수익 및 손실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
주택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기도 한다. 이를 매입하는 기관이 국내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미국에는 대표적으로 패니메이(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이 있다.
트럼프가 2000억 달러의 MBS를 매입하라고 지시한 곳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다. 이런 기관들이 주택 채권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주택 채권 수요가 늘고 은행에는 현금이 많아진다. 따라서 금리를 낮춰 자국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트럼프의 계획이다.자금이 부족한 개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만 가지고 집을 사면 어떨까?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그 집주인에게는 바로 빚이 생긴다. 이는 경제교과서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8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를 겪었다. 미국 부동산은 무조건 오른다며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계속 대출해주며 집을 사게 했다. 그 대출 빚을 안전한 상품이라 포장해 채권을 여기저기 팔았다. 서로 계속해서 폭탄을 돌리다가 집값이 하락하자 모두 동시에 무너졌다.
현재 미국에는 그때의 불안감이 다가온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트럼프가 현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를 들여 매입하라고 한 MBS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이다. 자국민들에게 집을 사게 하려는 동기가 그때와 같다.미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대비 50% 가까이 올랐다. 금리가 5%대로 내려오더라도 부동산이 일시적으로 풀릴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정책은 마치 심각한 상처에 반창고 하나를 붙이는 것과 같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시와 현재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대출 구조가 다르다. 집값이 10억원이라 했을 때 아파트 대출(LTV)을 80% 받으면 현금 2억만 있어도 살 수 있다. 그런데 그 2억마저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대출로 채울 수가 있었다. LTV가 100%를 초과했을 때는 다운페이가 마이너스여도 대출만으로 집을 살 수 있었다. 다운페이는 주택 구입 시 지불하는 초기 자금이다. 어차피 미국 부동산은 오를 테니 자금 없이 집을 사서 오른 후 팔면 된다고 부추겼기 때문이다. 또 당시 소득 검증도 없었다.
현재는 다운페이 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소득 및 대출 심사가 엄격해졌다. 연체율도 역사적으로 낮다.
MBS의 질도 차이가 있다. 2008년 전에는 부실한 대출이 많이 섞여 있었고 좋은 상품이라 속여 판매됐다. 현재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사실상 정부에 귀속돼 리스크가 낮다. 두 회사는 법적으로는 회사지만 2008년 이후 정부에 의해 관리된다.
자국 중심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가 부족한 예산을 관세에서 채운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미국 부동산 규모에 비하면 훨씬 작아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