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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美·中, 관세 다음은 '통화 전쟁'
힘 키우는 위안화…中, 브릭스 앞세워 脫달러 동맹 속도

달러 패권 맞서 결제 생태계 구축
위안화 자산, 10년새 두배 급증
개발도상국 대상 대출 규모 커져

中 전체 무역 30%, 위안화로
'브릭스 블록'이 결제 핵심 역할
디지털 화폐도 美와 경쟁 격화

중국이 달러 패권에 맞서 ‘위안화 힘’을 키우고 있다. 위안화 중심인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저금리로 개발도상국이 달러 부채를 위안화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위안화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 영역에서도 미·중 간 통화 주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中 “위안화 국제화 속도”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판궁성 인민은행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무역에서 위안화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은 이번 발표에 관해 “인민은행이 최근 몇 년간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언급할 때마다 ‘신중하고 꾸준한’이란 수식어구를 붙여왔지만 이번에는 삭제했다”며 “이는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서 위안화 역할이 커지는 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위안화 자산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중국 은행의 대외 채권·예금 규모는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늘어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위안화 표시 자산은 올해 1분기 4838억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위안화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개도국 대상 위안화 대출이 지난 4년간 3730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금리가 이 같은 수요를 끌어올렸다. 올해 케냐 앙골라 에티오피아 등은 기존 달러 부채를 위안화 부채로 전환했고,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 역시 위안화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자흐스탄 개발은행이 연 3.3% 금리로 20억위안 규모 역외 채권을 발행했다.

◇‘위안화 블록’ 현실로
무역금융 분야에서도 위안화 존재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위안화의 글로벌 무역금융 점유율은 네 배 상승해 9월 기준 7.6%에 달했다. 위안화는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쓰는 결제 통화로 꼽힌다. 실제 무역 결제 단계에서도 위안화 사용이 활발하다.

중국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는 월 1조위안을 웃돈다. 중국 전체 무역의 약 30%, 국경 간 거래의 절반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개발한 결제망 ‘중국국제지급시스템(CIPS)’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CIPS의 분기별 거래 규모는 40조위안을 넘는다.

특히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위안화 블록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브릭스에서는 달러 외 여러 통화를 활용한 결제가 확산하고 있다. 이 중 위안화는 블록 내 무역의 절반가량에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각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확대하며 위안화 기반을 넓히고 있다.

다만 자본 통제는 여전히 위안화 국제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투자 가능한 위안화 자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은 홍콩을 ‘위안화 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위안화 채권 발행과 유동성 확대를 위한 시장 활성화 로드맵을 내놨다.

◇디지털 화폐 전쟁도 본격화
미·중 간 통화 주권 경쟁은 디지털 화폐 영역으로 옮겨붙었다. 미국은 민간 주도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며 글로벌 결제 질서에서 달러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와 담보 요건을 명시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은 주요국 대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맞서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e-CNY)를 금융 주권의 핵심 도구로 삼아 시장 육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초당 결제가 가능한 독자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SWIFT 의존도를 낮추며 달러 중심 시장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빅테크가 홍콩에서 발행하려던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전면 중단시키고 “화폐 발행권은 중앙에 있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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