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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톤 트럭을 몰고 있는 화물기사 A씨(40대)는 치솟는 경유값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가 밝힌 지난달 유류비는 1550만원. 전달보다 100만원이나 늘었다. 화물·배달기사들의 유류비 부담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이 유류비로 빠져나가 체감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A씨는 과거 경유값이 2000원까지 치솟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처럼 다시 ‘움직일수록 손해’가 되는 상황이 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 외곽과 저렴한 곳으로 소문난 서울 곳곳의 주유소가 아침부터 대기 차량으로 북적거린다. 치솟는 기름값에 운전자들이 한 푼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사례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직장인 B씨(30대)는 최근 주말 일정 자체를 경기 북부 쪽으로 잡는다. “고양시 인근 주유소가 집 근처보다 L당 100원 정도 저렴하다”며 “올초에도 원정주유를 했는데 요즘 다시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1월 18일 서울 휘발유 가격이 9개월여 만에 L당 1800원을 넘어섰다. 지난 2월 6일(1800.84)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기름값 당분간 오름세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730.27원으로 하루 전보다 4.26원 올랐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1637원으로 하루새 5.58원 올랐고 서울은 1709.56원으로 5.29원 상승했다. 최근 국내 유가는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겨울철을 맞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반등한 데다 환율상승(원화값 하락)이 겹치며 원유 수입 단가가 높아진 영향이다. 원유 수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고 해당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면서 소비자 체감 가격은 더 가팔라졌다. 앞서 정부는 11월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10%에서 7%로,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인하율을 기존 15%에서 1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휘발유는 기존 대비 L당 25원, 경유는 29원가량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긴 셈이다.

 

이대로라면 서울 휘발유 가격은 올해 최고치인 1807.96원(1월 28일)도 조만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당분간 유가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기름값이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출렁인다.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와 유통비가 연쇄적으로 올라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4.8%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 추이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 추이

◆밥상 물가도 위협

“한창 클 나이인 아이에게 쇠고기 한 번 구워준 게 언제였던가….” 30대 주부 C씨는 정육 코너에서 가격표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수입산으로 눈을 돌려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고환율(원화 약세) 여파로 쇠고기값이 치솟으면서 ‘가성비’로 통하던 수입산도 쉽게 손을 내밀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우에 이어 수입 쇠고기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밥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입육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미국산의 매력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산 냉동 갈비(100g) 평균 소비자 가격은 4435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축산물품질평가원). 작년보다 5%, 평년에 비해 19.4%씩 각각 높은 가격이다. 국제 시장에서 쇠고기 시세가 완만하게 오르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원가가 전반적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가격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올여름 1360원대였던 환율이 11월에는 1460원 선까지 올랐다. 환율은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에 반영된다. 

 

이미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를 보면 쇠고기는 153.65(2020=100)로 전년 동월(135.6) 대비 13.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닭은 29.27% 뛰었고 냉동수산물은 5.7% 올랐다. 커피값도 오름세다. 환율이 뛰면 해외에서 원두를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져 국내 커피 가격이 오르게 된다. 올해 3분기 기준(커피믹스)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믹스’와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2%, 18.2% 상승했다. 저가 커피 대명사인 메가MGC커피는 지난 3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스타벅스는 지난 1월 숏·톨 사이즈 커피 음료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철물점 자재비 급등, 인테리어 업체도 ‘울상’

경기도 양주에서 7년째 철물점을 운영하는 D씨(60대)는 요즘 체감 경기가 더 얼어붙은 것 같다고 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 발길은 뜸해져서 철물점 살림도 쉽지 않다. D씨는 “1년 전 5000원에 팔던 동부속자재(전선·배관 등)가 지금은 7500원까지 올랐다”며 “인테리어 업자나 배관 자재를 쓰는 일꾼들도 들어왔다가 가격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간다”고 말했다.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이 현장 물가로 전이되고 있다. 동광석을 제련하면 구리가 되고 구리를 가공하면 전선·배관 등의 자재가 된다. 지난 10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에서 동광석은 174.16(2020=100)으로 전년 동월(148.48) 대비 17.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석괴(주석을 굳힌 덩어리)과 수연광석(납을 포함한 광석) 등 광물류 품목도 각각 21.9%, 18% 뛰었다.

수입물가 많이 오른 품목
수입물가 많이 오른 품목

◆‘눈덩이’ 유학비에 모두 비명

바다 건너 한국인들도 강달러(환율상승)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서 대학원 생활 중인 E(20)물가도 계속 오르고 외식할 내는 부담도 배로 늘었는데 환율까지 치솟으니 정말 미치겠다부모님께 보내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미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유학연수지급 규모는 지난 6(·달러 환율 1360원대) 2100 달러에서 지난 8(환율 1390원대) 35400 달러로 늘었다. 유학생 수와 실제 달러 지출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환율상승만으로 원화 환산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단순 계산을 적용하면같은 달러를 쓴다 전제하에서 원화 기준 유학비용이 76% 이상 증가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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